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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사용기

소니 라디오 시계 ICF-C1T 3년 사용기 - 팔방미인 VS 이도 저도 아닌

달다호 2022. 12. 26.

가끔 이런 물건이 땡길 때가 있죠.

 

"공간을 따스하게 채우는 라디오 소리가 듣고 싶어요"
"탁상용 자그마한 시계가 있으면 좋겠어요. 인테리어용이니까 이쁘면 더 좋지요"
"아침에 라디오 소리와 함께 일어나면 얼마나 좋을까요?"

 

 

소니 라디오 ICF-C1T는 이 모든 걸 충족시켜주는 팔방미인 같은 물건입니다. 소니는 라디오라는 장르에서 나름 한 자리 차지하는 브랜드입니다. 동시에 디자인 또한 알아주는 브랜드이죠. ICF-C1T라는 외우기도 어려운 요상한 이름을 가진 이 녀석은 이러한 소니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제품입니다. 장점이 너무나 많은 반면, 명확한 단점 또한 가진 제품입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장, 단점을 모두 고려해보았을 때 대체품이 전혀 없는 독특한 포지션의 라디오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제가 3년 조금 넘게 사용해온 소감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진과 함께 한 가지씩 살펴본 후 마지막에 장, 단점 총정리 순서로 진행하겠습니다. 

 

 

 

탁상시계로-사용중인-소니 ICF-C1T-사진
사무실에서 탁상시계 역할

 

제가 사무실에서 사용 중인 모습입니다. 책상 전면 모니터 받침대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중이죠. 정육각형 큐브 형태로 색상은 블랙/화이트 2가지인데 저는 화이트 사용 중입니다.

 

이러한 큐브 모양의 소니 라디오는 2가지 제품이 있습니다.

ICF-C1 모델이 있고, 제가 쓰는 ICF-C1T 모델이 있네요. 두 모델 중에서 T가 붙는 모델이 살짝 더 고급형입니다. 전면부가 거울 같은 반사재질이고, 알람설정이 2개 가능하다는 차이점이 있어요. 그 외 음질, 출력, 수신감도 등의 차이점은 없습니다. (알람설정 2개 가능한 건 좀 편리한 기능이긴 하지만 전면 반사재질은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합니다. 취향 따라 선택하시면 될 듯)

 

 

 

 

미니pc와-함께놓인-사진
작고 귀엽습니다

제 삼실 컴퓨터는 X-300 데스크미니입니다.

무척 작은 소형 PC여서 이렇게 두 개를 나란히 놓으면 무척 작고 귀엽습니다. 삼실 탁상용 시계로 사용하기에 디자인적으로 무척 만족스러워요. 크기는 가로 X 세로 X 높이 모두 10cm로 어디에 놓아도 부담이 없습니다.

 

 

전면 디스플레이 밝기는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저는 가장 밝게 사용 중입니다. (사무실이 아닌 가정에서, 특히 침실에서 사용할 경우엔 밝기를 낮춰주는 게 좋겠죠) 디스플레이는 측면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가독성이 전혀 떨어지지 않아 시인성 측면에서 합격입니다.

 

 

 

 

 

덩치에-비해-큰-스피커-사진
좌측 전면 스피커

덩치가 작다 보니 소리도 작은 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겠으나 좌측 전면을 차지하는 스피커는 꽤 커 보입니다. 실제 소리 또한 충분히 커서 사용에 불편은 전혀 없습니다.

 

이 제품을 제가 좋게 평가하는 점 중 하나인 아날로그 볼륨조절 다이얼입니다. 저게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묘하게 감성적이고 편해요. +/- 버튼 연타하는 방식보다 확실히 편하고 빠르게 볼륨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우측면-주파수-조절부-사진
우측 주파수 조절부

우측면에는 FM, AM 밴드를 선택하는 스위치와 주파수 조절 다이얼이 있습니다. 앞서 보여드린 볼륨조절과 함께 라디오의  가장 핵심인 주파수 조절 또한 아날로그 방식이기에 손맛도 좋고 빠르게 조절가능해서 저는 매우 좋아라 합니다.

 

이 라디오는 전면부의 디지털시계와 큐브 모양의 디자인 때문에 철저히 디지털 느낌의 조작방식일 거라 생각하기 쉬운데 유독 핵심 기능만큼은 아날로그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다분히 의도한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이것이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이자 가장  큰 단점입니다. 

 

왜 단점인가?

그 이유는 바로 좋지 못한 수신율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매우 평범한 수신율) 디지털 방식으로 딱 한방에 정확한 주파수를 잡는 방식이면 모를까 가뜩이나 잡음이 지지직 거리는데 조그만 주파수 다이얼로 미세하게 움직이다 보면 피곤하거든요. 게다가 이 라디오는 주파수 표시창이 너무 작고, 부정확해요. 예를 들어 93.1을 잡으려면 93~94 사이를 여러 번 오가며 에 맞춰야 합니다. (93.1 클래식 FM이 특히 잘 안 잡히는 느낌입니다)

 

그렇다 보니 주파수를 자주 바꾸며 이 방송 저 방송 시간대에 따라 다르게 듣고 싶다가도 그만두게 됩니다. "지금 잡음 없이 잘 나오는데 딴 데 갔다 오면 잘 안 잡히는 거 아냐?" 하는 마음이 생기거든요.

 

"아날로그 방식의 주파수 조절부를 가진 라디오는 다 그렇게 불편한 거 아니에요?"라고 물으신다면 산진 WR-11처럼 주파수 표시 영역이 넓고(그만큼 미세튜닝 가능) 정확히 주파수를 잡았을 때 램프가 켜지는 기능을 갖춘 제품도 많이 있습니다. 소니 ICF-C1T는 그냥 디자인 측면에서도, 사용성 측면에서도 디지털로 조작부를 전부 통일시키는 게 어땠을까 합니다.

 

 

 

 

 

너무나-작은-조작버튼들-사진
사진 출처 : 공식 제품정보 페이지

이 제품의 후기들을 보다 보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단점, 바로 너무너무 작은 버튼들입니다. 솔직히 어른들은 쓰지 말라는 디자인이에요(실제로 저도 어머니께 선물했다 반품받아 제가 사용 중입니다) 방금 자로 재어보니 버튼 크기가 0.6cm X 0.6cm입니다. 하얀색 버튼 표면에 양각으로 글자를 새겨놓았는데 그 또한 하얀색이어서 마치 점자 같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처음에 저를 황당하게 했던 것은 라디오를 OFF 하는 기능입니다. 보통 다른 라디오들은 ON-OFF 버튼이 딱 보면 바로 있잖아요? 직관적으로요. 그런데 이 녀석은 라디오를 ON 시키려면 정중앙의 RADIO 라는 버튼을 눌러야 하고, OFF 시키려면 좌측 맨 밑에 있는 ALARM RESET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농담 같죠? 저도 처음에 "뭐지 이게?" 했거든요. ALARM RESET 버튼 표면에 점자처럼 OFF 라고 쓰여있긴 해요. 그래서 더 황당합니다. 차라리 아날로그 감성을 그대로 유지해서 라디오 ON-OFF만 따로 측면으로 빼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제품-후면부-사진
제품 후면 사진

후면부엔 시간설정 관련 기능 버튼이 모여 있습니다. 이 버튼들 역시 작아서 불편하긴 하지만 시간설정은 자주 쓰지 않는 기능이니까 괜찮지 않나 싶지요? 

 

아닙니다! 이 녀석은 시계가 부정확해요. 체감상 1개월에 1분씩 빨라지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느려지는 것보다는 빨라지는 쪽을 낫다고 보는 쪽이라 그냥 참고 사용하다 좀 많이 다르다 싶어지면 한 번씩 맞춰줍니다. 본업이 시계였다면 욕을 한 사발 퍼부었을 테지만 그래도 이 녀석은 라디오와 시계의 하이브리드인지라 많이 참아주고 있습니다.

 

기능적으로는 좋습니다. DST라고 서머타임 설정 기능도 있다는데 써본 적은 없네요. "아이구 이 가격에 뭐 이런 거까지 챙겨주셨대유?" 라고 제품 기획자에게 말해주고 싶네요. 이 기능 빼고 수신율이나 좀 좋게 해 주지 그랬어요.

 

 

 

 

거울처럼-반사되는-전면부-사진
이것은 마치 거울

전면부는 몹시 반사율이 높아서 거울 대용으로 간단히 쓸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SLEEP 타이머 설정 중의 모습으로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상단의 SLEEP 버튼을 누르면 90 - 60 - 30 - 15 - OFF 순으로 바뀝니다. 라디오를 듣다가 스르륵 잠들고 싶을 때 사용하면 좋은 기능이죠.

 

 

이 제품의 기획자는 아마 이런 마음이었을 것 같습니다.

 

라디오와 함께 하는 삶을 사세요.
여러분의 공간을 따스한 소리로 채우세요.
라디오를 듣다 스르륵 잠들고, 라디오 알람소리와 함께 일어나세요.
그리고 세련된 시계는 덤입니다

 

그렇다면 그 제품 기획자는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3만원선의 가격으로, 세련된 디자인에, 괜찮은 소리가 나오는 라디오를, 잘 때나 깰 때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제품을 만들었거든요.

 

핸드폰 라디오앱으로 듣는 소리와는 다른, 확실히 종일 들어도 편안한 소리가 나의 공간을 채워주는 느낌이 필요하다면 이 제품은 추천할만합니다. 단, 난청지역에 거주 중이라면 고민 좀 해보시기 바랍니다. 작디작은 버튼들은 처음에만 불편할 뿐, 쓰다 보면 무시하고 쓸만합니다. 

 

작은 버튼 크기 때문에, 그리고 요상한 작동법 때문에 부모님 세대에는 추천하기 어려운 제품입니다. 젊은 감성으로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부모님 효도 라디오는 이걸 강추합니다 (저도 어머니 라디오 이걸로 바꿔 드리고 칭찬 받았어요)

 

부모님 효도 라디오 강추 - 산진 PR-D6 아날로그 라디오

한동안 '효도 라디오'라는 것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르신들께서 좋아하실만한 트로트 음악 수백 곡이 담긴 미니 라디오를 일컫는 말이었는데요. 모든 부모님들께서 트로트를 좋아하시

daldaho.tistory.com

 

 


그래서 결론이 뭐예요? 요점 정리

 

장점

라디오 알람 기능 (아침에 눈 뜰 때 라디오 들리면 기분이 좋거든요)

듀얼 알람 설정 가능

슬립 기능 (라디오 듣다 스르륵 잠들어요)

좋은 디자인

적당한 가격

 

단점

너무 작은 버튼

괴랄한 인터페이스

그저 그런 라디오 수신 능력

시간이 잘 안 맞음 (점점 빨라짐)

 

 

 

한줄 평

잘 맞는 사람에게는 팔방미인이지만

각각의 기능을 따로 떼어 놓고 보자면? 이도 저도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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