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업체 중 슈퍼 '을'인 네덜란드 ASML이 미국의 대중제재에 반기를 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미국이 반도체 첨단공정 장비부터 순차적으로 중국의 목을 조여가고 있는 와중에 첨단 중에도 최첨단 장비인 EUV 노광장비 세계 유일 생산업체인 ASML 내부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는 것은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이에 관련 뉴스들을 타임라인순으로 한번 정리해보았습니다. (편의상 존칭 생략)
1. 트럼프 시절 EUV 대중 판매 금지 요청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EUV 대중 판매 금지를 요청했었다는 내용.
당시 즉각적으로 알려진 내용이 아니여서 정확한 시점을 명기하긴 어려우나 약 19년~20년 사이로 보임.
2. 미국 ASML에 EUV및 DUV까지 판매 금지 요청
7월 5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한 내용.
미국 상무부 부장관 돈 그레이브스가 5월말~6월초 네덜란드 방문 시 ASML의 DUV 장비 중국 판매 금지 요청
EUV 장비가 10나노 이하의 초미세공정에 필수 장비이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ASML만 양산에 성공한 장비임.
따라서 미국이 EUV 장비 중국 판매 금지를 요청한 것은 중국 반도체 굴기를 현재의 기술력에서 묶어두고, 미래의 싹은 자르겠다는 의미로 이해 가능.
또한 ASML 입장에서도 EUV 장비는 원래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향 매출이 워낙 크기에 미국의 요청에 비교적 순응(?) 하는 모습이었음.
그러나 DUV 장비 판매 금지는 차원이 다른 내용.
현재 반도체 공정의 주력 장비를 판매 금지한다면? 바로 매출하락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2207060107i
3. 실제로 대중 매출 감소한 ASML
2분기 ASML의 대중 매출비중은 10%를 기록, 이는 전년 1분기에 비해 20% 이상 줄어든 것.
2분기 대만 41%, 한국 33%에 비해 중국 10%를 기록하며 대폭 매출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의 대중 수출 금지 로비로 인한 결과로 분석.
https://biz.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2/07/21/XQCMUXORCJFC7DGGZBQMQ27XO4/
4. 오락가락 ASML
9월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보도.
미국의 EUV에 이은 DUV까지 대중 판매 금지 요청 속에서도 ASML은 중국 내 인력 확대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는 것.
중국 시장에서의 급성장에 따라 현지 직원 수는 17년 500명 미만 → 22년 8월말 1,500명으로 3배 가량 늘었다고 함.
또한 22년에 신규 직원 200여명 채용 계획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6월 보도하기도.
https://www.yna.co.kr/view/AKR20220914050100074
5. 대중국 고객 서비스 중단
10월 13일 보도.
ASML이 대중국 고객 서비스를 중단했다는 보도.
이때 당시 이 기사를 보고 ASML이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판단했음.
반도체 장비회사, 그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장비를 제공하는 회사가 고객사와의 서비스 접점을 닫는다는 것은 사실상 사업을 확장할 의사를 접은 것이기 때문.
6. 입장 정리 끝낸 ASML?
ASML의 입장에서 보자면 중국시장은 꿀단지 같은 달달한 곳일 것.
반도체 굴기를 꿈꾸며 공산당의 막대한 지원 하에 고성장하는 중국 반도체 회사들은 너무나 고마운 미래의 고갱님이실 것.
그러나 미국의 지적재산권 및 첨단 장비 업체들, 일본의 장비 및 소재 업체들, 한국과 대만의 업체들로 구성된 기존의 반도체 생태계는 너무나 확고하여 아무리 잘난 ASML이라 할지라도 혼자 살겠다고 뛰쳐나가긴 어려울 것.
따라서 ASML의 이번 메시지는 미국과의 입장 정리를 위해 명확한 선을 그은 것으로 보임.
퇴로 없이 조여오기만 한다면 ASML도 숨이 막힐 것 아닌가?
장기적으로 EUV 대중제재는 수락하더라도 현재의 가장 큰 먹거리인 DUV에서는 미국의 양보와 명확한 범위 설정을 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게 아닐까?
하다못해 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과 같이 미국의 칩4 동맹국 또는 프랜들리 국가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들에 대한 판매라도 일정 기간, 일정 범위 허용을 확답 받아야 만족할 것으로 보임.
https://n.news.naver.com/article/015/0004778335?cds=news_edit
결론
아무튼 미국은 반도체 첨단공정에서 중국에게 양보할 의사가 절대 없을 것이구요.
ASML이야 장비업체 중에서도 슈퍼 울트라 지존급 업체이기에 이렇게 요구도 하고 땡깡?이라도 부릴 수 있는 것인데 문제는 우리나라 업체들입니다.
(삼성, 하이닉스는 그나마 대마불사라 미국에서도 무조건 막지만은 못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업체들 중 대중 매출비중이 높은 곳들은 앞으로 어떻게 핑퐁처럼 이리저리 튈 지 고민되는 시점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이렇게 미국에 의해 꺽이는 것이 우리나라에겐 천만다행이기에 전화위복의 기회이길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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